해체와 무저항의 메타포

 

 

 

 

저항의 몸짓과 무저항의 은유

 

                         글 / 김옥렬

 

박철호의 작품은 힘이 있다. 그의 작품에서 얻는 힘은 묵시적 저항의 힘이다. "나는 미술을 역사적 현상에 의한 전개가 아니라, 하나의 진화과정으로 보고 작업한다. 그래서 자연의 변화는 미술의 진화를 느끼게 하는 가장 중요한 생명의 원천이다"라고 하는 그의 사고에서 작품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읽을 수 있다. 이를테면 현대 자본주의의 시장논리나 이미지의 복제보다 생성 변화하는 자연 속에서 생명의 근본적인 본질을 탐구하고자 노력하는 작가정신을 만난다. 그가 우포늪을 자주 가는 이유도 추상적 관념에 빠지지 않고, 대지(大地)의 체험을 통해 생명의 현실성을 포착하기 위해서 라고 한다. 이번 기획전에서 그는 새 시리즈를 통해 생명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제기한다.

 

그는 < work - 1 >에서 생명의 위기를 제안한다. 목탄으로 표현된 이중의 화면 구성에서 긴박한 위기감을 포착한다. 새의 형상을 통해 인간생명의 위기를 경고하는 동시에 자연 파괴에 대한 저항의 외침을 담고 있다. < work - 2 >< work - 3 >을 통해서는 새의 위기는 곧 인간의 위기임을 보여준다. 그는 새의 아픔을 표현하기 위해 < work - 2 >에서 칼로 긁어내는 작업을 시도하여 미세한 내면적 표현도 성취하고 있다.

 

환경오염의 위기와 경고의 묵시적 암시가 무저항의 은유로 나타난 < work - 4>는 드라이포인터 기법으로 차갑고 건조하게 표현되어 무저항을 통한 더욱 강한 저항을 형상화한다. 더욱이 추락하고 있는 새의 형상을 완전히 고정시켜 놓음으로써 고요와 침묵으로 무저항의 저항을 가장 섬세하고 고귀하게 달성하고 있다. 극도의 절제를 통해 무저항의 저항을 표현한 < work - 5 >< work - 6 >은 유연한 선과 움직임을 형상화함으로써 다양함과 생명력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 work - 7 >< work - 8 >은 리도그라피 기법을 통해 생태계에 대한 위기를 가장 어둡고 비장하게 묵시적 암시로 고조시킨다. 새의 생명은 검은 땅과 시커멓게 얼룩진 강물에서 마지막 생존의 먹이와 날개 짓으로 시각적 절규를 남긴다. 작가 박철호는 새가 살수 없는 곳에서는 인간의 생존도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무저항의 메타포로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조형적 변주를 시도한 < work - 9 >< work - 10 >에서는 다이나믹한 조형적 특성과 이념적 형상을 강조한다. 특히, < work - 9 >에서는 절망과 희망의 내면적 복합성을 성취하기 위한 시도를 검은 색과 흰색 화면의 이중구조로 교차하고, 자연 속에서 생생하게 성취한 자아발견의 여운을 생존 위기의 통찰과 생명 인식의 과정으로 열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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