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G, Tae- Kyung

나의 그림 우리의 그림,

그 근원적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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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그림에 전력투구해 온 그는 이제 그림에 대한 막연한 동경에서 벗어나, 그림에서 인생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하고 있다. 과거의 왕성한 활동에 견주어 볼 때, 현재 주춤거리고 있는 정태경씨는 그의 문제를 섣불리 해결하려 하거나 회피하려 하지 않는다. 그는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현실의 여러 가지 문제와도 투쟁하고 있다. 현재 고민하는 그를 보면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선배들이 해결하지 못한 숙제를 혼자 떠맡고 있는 것 같아서 안쓰럽기도 하다. 그러나 반대로 그의 고민 속에 우리 그림의 더 큰 가능성이 내재함을 보게 된다. 요즘 그의 그림에는 그리고 지우고, 또 다시 그리고 하는 고민의 단상들이 드러난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런 흔적들은 화면상에서 더 깊숙이 고착되고 안정되는 느낌이다. 그것은 전통적 수묵화에서 느끼게되는 차분한 공간감과도 통하는 점이 있다. 의지의 작용으로 남게되는 행위의 흔적들은 그 행위의 부질없음을 깨닫고 지우는 과정을 통해 형상을 배태한 어머니인 無(희 공간)과 무리 없는 관계로 귀속된다. 그의 지우는 행위는 기성행위에 대한 부정을 의미하지만, 부정을 위한 부정은 아니다. 좀더 완전함을 위한 부정인 것이다. 표현 기법상의 그리고 지우고 하는 행위는 현대미술에 있어서 회화표현 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방법론과 가치를 제시하고 있다. 정체성의 문제는 이러한 과정 속에 내재하고 있으며, 그는 어느 정도 해답을 찾았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정태경씨 그 자신의 인생과 그림이 결부된 그만의 명쾌한 해답을 보여주길 기대하게 된다. 머지 않아 그 날이 오길 기대하면서, 그 도정에 있는 고민에 찬 최근작들을 감상해 보자.

<전문은 '현대미술의 표정과 교감'182-184p수록>

 글 /고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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