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인의 방법

 

 

임동훈 - 물성의 전이, 촉각적 체험의 아우라

 

 

 

         

 

임동훈은 폐기물이나 폐수에 의해 황폐화된 자연의 일부를 실리콘에 고착시킨다. 자연에 대한 구체적 반응의 일부로 나타나는 그의 일련의 작업들은 압축된 쓰레기의 질감, 박제된 나무를 폴리의 딱딱한 재질감속에 불어넣는다. 황폐화된 자연의 이미지가 폴리와 실리콘을 통해 박제된 틀로 제시된다. 박제된 자연의 이미지를 그는 시각적인 이미지보다 눈으로 만져지는 촉각적 체험으로 변화시킨다.

 

그의 작업은 철저히 자신의 주변환경과 도시적 환경의 체험에서 연유한다. 금속성의 폐기물, 폴리코트와 실리콘, 목재 등 그의 주변에서 발견되는 모든 요소가 그의 작업적 소재가 된다. 그는 이들 재료들을 자신의 조형적 체험과 결합시켜 단색조의 촉각적이거나 혹은 재질의 표면이 만들어 내는 자연성을 살려 예술적인 표현법으로 재생시킨다.

 

그의 지나친 재료성에의 탐닉이 작가의 정신적 감성을 가볍게 처리할 수 있는 점도 지적되지만, 그의 재료사용의 유동적인 힘과 재료를 다루는 독특한 감각이 물적 체험을 통한 정신적 체험으로의 전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폭 넓은 조형적 감성을 길러내는 태도로 읽혀진다. 그는 황폐한 폐기물의 표면조차 회화적인 요소로 바라본다. 비인간화되고 썩어 가는 환경의 바탕을 파괴와 부정의 시각에서가 아니라 생성과 희망을 찾으려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황폐한 산업 폐기물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서 부정을 통한 긍정적 시각을 엿보게 되는 이유는 나무나 실리콘에서 현실적 삶을 투영해내는 그의 진지한 시선이 자연을 다만 소외로만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상실과 소외를 상징하는 폐기물을 박제하여 영원히 가두어 두려는, 그래서 도처에서 흘러나오는 폐기물을 철저히 자신의 조형방법으로 치환하여 전환의 가능성을 생명 은유로 구성해 내려는 시도를 한다. 마치 폐기물을 주물하여 생명의 아우라를 새롭게 설정하려는 엄숙한 시도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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