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영 - 성(性)적 이미지의 직설법
최주영은 키치적 감수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시도로 만화나 성인잡지에 자신의 감각을 병치시켜, 상품이미지 지우기를 통해 저급한 이미지에 부력을 불어넣음으로써 적극적인 역설을 보여준다. 통속적이고 세속화된 성적이미지의 직설법을 통해 성충동의 노예가 되어버린 현대사회의 단면을 부각시킨다.
그가 보여주는 성적 이미지의 요소는 에로티시즘의 충동이나 환상이 아니라 기호화된 추상적 육체의 단편들이다. 그는 노골적인 도색 잡지의 성적 표현을 자신의 검열방식으로 약간의 색을 입혀 도색잡지와 미술의 경계에 자율적 형식을 설정한다.
그의 그림이 은밀한 성적 이미지를 저급한 만화나 도색 잡지들로 소비사회의 상품 이미지를 경쾌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독특한 개성을 발하기도 하지만, 실상은 무개성적 자기유희로 저급한 상품의 표피적 모방에 빠지기 쉬운 일면도 보여준다.
그의 직설적인 상품성의 드러냄이 후기 자본주의의 돈의 논리에 적극적으로 반항하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는 점이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30점에 최하 오백원에서 최고 이만원의 가격을 붙였다는 점은 생존적응에서가 아니라 노골적인 직설법에 가깝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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