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화된 생명, 이중의 자기응시

                           글 / 김옥렬

 이실구의 작품은 자연의 일부인 나무나 식물의 파편화를 통해 현실인식을 이루어 간다. 그래서 그의 화면에는 생명의 절실함이 파편화와 해체의 은유로 드러난다. 그가 풀어내는 조형성은 얼핏보아 일상의 이미지를 단순하게 해체하거나 혹은 난해한 자기 도피적 탐구에 빠져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상징적 기호에 불과한 것으로 읽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추상적 이미지 속에 심어 놓은 식물의 파편들은 이중의 자기응시 방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관심 있는 주목을 요구하기에 충분하다.

그의 작품<Untitled-1>과 <Untitled-2>에서 보여지는 이중의 자기응시는 연못이나 습지를 통해 표현되는 생명응시의 방식이다. 하나는 주체적 생명인 자기인식의 방식으로 해석되는 '내재적 힘'에 대한 응시이고, 다른 하나는 미분화된 공간인식을 통해서 드러내고 있는 생명존재에 대한 '불안의 드러남'이다. 이러한 이중의 자기응시는 <Untitled-3>에서 삶과 죽음의 무한한 반복을 박제된 자연의 파편으로 석화 해 간다. 마치 지상에서의 유한한 인간생명을 더욱 강하게 유한화 함으로서 영원성을 지닐 수 있다는 역설적 믿음으로...

<Untitled-4>는 생명의 진상을 응시하고자 하는 노력이 몸짓의 언어로 형상화된다. 그가 흔적과 행위의 구현을 통해 응시하고자 하는 생명은 <Untitled-5>와 <Untitled-6>에서 식물이미지의 변주가 상하 수직으로 대기와 하나가되어 부유한다. 이것은 물 속의 생명과 대기의 생명이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하나가되어 생명의 일체감을 실현해 내고 있는 것이다.

<Untitled-7>에서는 생명에 대한 자기응시가 내적 호소력과 일체감을 이루는 화합과 공존의 공간이 해체를 넘어서 몰아일체의 생명의식으로 승화된다. 그리고 조화와 생성의 공간이 <Untitled-8>과 <Untitled-9>에서 내적 화합의 실현으로 새로운 현실과 존재인식의 가능태를 열어간다.

이실구의 작업은 형상의 단편화를 통해 생명의 이중적 구조를 응시하고자 했으며, 동시에 그의 조형적 언어의 선택, 추상적 형상 속에 녹아든 기호화된 식물의 파편과 공간 구성의 내적 표현성은 생명의 문제를 새롭게 조명하는 해체의 메타포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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