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g, Jae-Hee
- 전면회화와 여백을 위한 글쓰기 -
장재희의 작업이 지닌 특성은 글쓰기로 시작된다. 그리고 하나하나 그어지는 획과 획들 사이에는 색과 선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여백이 주어진다. 그는 캔버스의 표면에 수 차례 반복해서 빽칠을 하고 자신의 요구에 충족할 만큼의 밀도와 정밀성을 화면에 깔아 놓는다. 그는 캔버스 표면의 살결이 굳어 박제가 되기 전에, 마치 생명의 반응을 읽어가기라도 하듯이 캔버스의 피부를 날카로운 붓끝이나 송곳으로 자신의 언어를 써내려 간다. 여백을 읽기 위해 글을 그리며, 표면의 반응을 응시하고 회화적 공간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펼쳐간다.
그는 엄격하게 통제된 자신의 어휘를 그리면서, 조형적 어법을
발견하고, 필세와 피부가 만나는 지점에서 실존의 그림자를 소유한다. 이때, 공간과 선의 이중적인 구조는 극복되어 다만
하나의 지시체 만이 시각화된다. 그리고 그의 회화적 선과 색은 단지 캔버스의 밀도와 긴장감을 완화하기 위한 내재적
리듬만으로 조형화 된다. 일견 그의 회화가 단조로운 방법적 양태로 보일 수도 있지만,
캔버스의 질감에 견고한 밀도를 확보하기 위해 수 차례 반복되는 빽칠 과정은 이미 그 자체로 회화적 깊이와 무게를 확보한다.
또한 화면이 건조되기 전에 흰색 필선의 문자 드로잉이 완성되어야 작가의 회화적 발상이 완전히 성취될 수 있기도 하다.
장재희의 글쓰기 작업은 자신의 최근생활에서 타협지점을 찾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그가 타협한 어떤 지점에서 작가가 그려가는 글쓰기를 문자기호로 이해하려 한다면, 아마 한자도 읽어내지 못할 것이다.(우리가 사용하는 문자 언어체계로는) 다만, 그것은 오늘날 현대미술이 마주 대결하고 있는 복잡한 의미의 조형예술의 문제로 또 새로운 조형을 위해 현대미술과 진지한 투쟁을 벌이는 작가의고뇌에 찬 토론과 문제의식으로 보려고 노력할 때, 작가가 그린 조형언어와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Copyright© 2001-2006 POSTGALLERY All Rights Reserved |